Page 78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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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설봉록


            게 하여 한 글자의 경을 보게 한다면 세 치 혓바닥 위에서 다른 사
            람에게 물어보고는 그가 너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다.
            그리하여 바로 그 자리에서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왕에 알아차릴 수가 없다고 해서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것이니 자기에게서 자세히 살피고 스스로 보아야 한다.
               그저 몽롱한 이웃집 노승의 턱밑에서 몇 마디 말이나 기억할 줄
            알면 그것으로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그것은 입안에 있는 일이 아
            니다’라는 말을 알고 있느냐?너희들에게 말하노니,한마디 말이나
            기억하여 거기에 집착해서는 겁이 지나도록 논하여도 여우의 혼령밖
            에 될 것이 없다.알겠느냐!”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여기 좀 보아라!키가 일곱․여덟 자나 되는 사람이 천하를 옆
            구리에 끼고 달려간다.도처에서 사람들이 어찌 된 일이냐고 물어보
            면 그저 ‘안녕하시오’,‘몸조심하시오’한다.눈썹을 치켜올리고 눈알
            을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가 뒤로 물러났다 하면서 이렇게 나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데,이 사람에게 손을 쓰려고 하면 곧 여우 굴

            속에 들어가 버린다.이 사람은 종놈을 주인으로 착각하고 더러운지
            깨끗한지[觸淨]도 모르며 곧바로 자신을 기만하고 있으니 이런 사람
            은 섣달 그믐이 된다 해도 여우 무리밖에 될 것이 없다.알겠느냐?
               이런 사람에게는,어떤 좋은 사람이 나와서 저 부처님의 가피를

            준다 해도,부처 종자를 다 없애 버리고 있으니 무슨 심보인가?이
            당나라에서 달마의 종자는 우리가 멀거니 보고 있는 동안에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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