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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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설봉록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그에게 그렇게 했을 때도 너는 ‘조문에 의거해서 사건을
            판결한다’하였고,그가 나에게 그렇게 했다 해도 너는 ‘그래서 무슨
            도리가 이루어졌느냐?’라고 하겠는데,이렇게 똑같은 상황을 놓고도

            그 중에 되고 안 되고가 있는 것이다.”
               이에 경청스님이 말하였다.
               “‘제호(醍醐)는 맛이 썩 좋아서 세상 사람들이 진귀하게 여기는
            것이지만 이러한 사람을 만나면 도리어 변해서 독이 되는 것이다’라
            는 옛말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스님께서 하루는 뱀같이 생긴 작대기 하나를 주워서 그 껍데기에
            “본래 그대로가 뱀이라 애써 깎고 다듬을 것 없구나”라고 써서 그것
            을 서원(西院)스님에게 보내니 서원스님이 그것을 받고 말씀하시기
            를,“진짜 산에 사는 주인이구나.조금도 칼과 도끼를 댄 흔적이 없

            다”라고 하셨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주스님의 ‘무빈주(無賓主)’라는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스님께서는 이때 그 스님을 발로 밟아 주고 다시 가까이 오라고
            불러 그 스님이 가까이 오자 “가라!”고 하셨다.


               스님께서 언젠가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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