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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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93
“네가 본 집과 사람들,대지와 숲,못 등은 모두가 ‘경계’인데 너
는 그것들을 긍정하는가?”
“ 긍정합니다.”
“ 그런데 불자를 들어올린 일만은 어찌해서 긍정하지 않는가?”
그 스님이 마침내 절을 올리고 말했다.
“제가 엉겁결에 말을 잘못했습니다.스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십
시오.”
“ 천지가 다 눈인데 너는 어디 가서 웅크리고 앉아 있느냐!”
그 스님은 대답이 없었다.
한 스님이 조주스님을 떠나려 하자 조주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로 가려 하는가?”
“ 설봉산으로 가려 합니다.”
“ 거기 가서 설봉스님이 불쑥 묻기를 ‘조주스님은 무슨 법문을 하
시던가?’라고 한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 스님께서 대답할 말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덮다’고 말했다고 하여라.”
조주스님께서 또 물었다.
“갑자기 또 묻기를 ‘그래서 궁극적으로 일이 어떻게 된다는 것이
냐?’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그 스님이 대답을 못 하자 조주스님 스스로 대신 말씀하시기를,
“제 스스로 조주에서 이곳으로 온 것이지 결코 어떤 말을 전하고 다
니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하셨다.
그 후 그 스님이 설봉산에 이르자 스님께서 물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