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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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中 169


               “음음,불법은 그런 도리가 아닙니다.”
               행부(行怤)스님이 말하였다.
               “응하는 곳에 일정한 방향이 없는 데야 또 어찌합니까?”

               “ 그런 도리는 아니라네.”
               영조(靈照)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주장자가 필요 없으십니까?”

               “ 그런 도리는 아니라네.”
               도장로는 말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조리 스님의 뜻에 부합되지 못했습니다.스님

            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의발을 걸머지고 행각을 하고 싶습니다.”

               도장로가 “어디로 가시렵니까?”하자 스님께서는 “마을[府]로
            돌아가렵니다”하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여러분들이여,당장에 한 덩어리가 되어버려야 한다.이처럼

            일을 이해하지 말라.끝날 기약이 없으리라.각자 잘해 나가고,몸
            조심하라.”
               그리고는 ‘허공같이 원만하여 부족함도 남음도 없다[圓同太虛
            無欠無餘]’라고 하신 조사의 말씀을 들려주면서 말씀하셨다.

               “볼품없는 조사가 한마디 반마디를 했을 뿐이로군.”



               한 스님이 물었다.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불렀던 뜻이 무엇입니까?”
               “ 도리어 시자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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