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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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현사록
“대대로 벼슬하면서 한 번도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새로 찾아온 스님이 절하자마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로 인해 그대의 절을 받는구나.”
다시 그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 덕산(德山)에서 왔습니다.”
“ 덕산스님은 평소에 어떤 법문을 하시던가?”
그 스님이 “덕산스님은 상당하여 주장자를 세우더니 바로 던져
버리고 방장실로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씀드리자[擧揚]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속임수 거량이군.”
그 스님이 뒤에 현각(玄覺)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점이 속임수로 거량했다는 것입니까?”
“ 그대가 도리어 거량해 보게나.”
그 스님이 거량하자 현각스님이 말하였다.
“본분종자[種草]가 되지 못하겠군.”
설봉스님께서 돌아가시자 스님이 상주가 되었다.대중을 모아
놓고 차를 달이면서 영전에서 찻잔을 들고 대중에게 물으셨다.
“스승[先師]께서 살아 계시던 날엔 그대들 나름대로 말하였는
데,지금은 어떻게 말하겠느냐?말을 해낸다면 스승께 허물이 없겠
지만 말하지 못한다면 허물이 스승께 돌아간다.말할 수 있는 사
람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