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7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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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下 177
이렇게 세 번을 물었으나 대중은 모두가 말이 없었다.스님께서
는 별안간 찻잔을 부숴 버리고 방으로 돌아가 중답(中塔)스님에게
물으셨다.
“자네는 어떻게 이해하는가?”
“ 스승께 무슨 허물이 있겠습니까.”
스님께서 면벽을 하자 중탑스님은 나가 버렸다.스님께서는 중
탑스님을 불러 돌아오게 하고는 말씀하셨다.
“자네는 어떻게 이해하는가?”
중탑스님이 면벽을 하자 스님께서는 그만두셨다.
스님께서 새로 찾아온 세 사람을 보더니 북을 세 번 치고는 방
장실로 돌아가셨다.그러자 이번에는 그 스님들이 위의를 갖추고
나서 북을 세 번 치고는 승당 안으로 돌아가 한참을 있다가 찾아
와 스님께 아뢰었다.
“새로 찾아온 중이 경솔하게 스님의 법석을 속였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북을 쳐서 대중을 모아 오너라.그대들을 위해 간파해
주겠다.”
대중이 모였는데도 새로 온 스님이 올라오지 않자,스님께서는
시자더러 법당 앞으로 불러 오라 하였다.새로 찾아온 스님이 시
자의 등을 한 번 치고는 “스님께서 부르신다”하고는 바로 승당
안으로 가 버렸다.그리고는 한참 있다가 다시 물었다.
“스님께서는 어찌하여 허물을 간파해 주지 않으십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