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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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현사록
설봉스님께서 하루는 승당 안에 불을 피우고 앞뒤의 문을 닫고
는 “불이야,불이야!”하고 소리쳤다.여러 사람들이 모두 와서 불
을 끄려 하였으나 문을 열지 않다가 스님께서 한 뭉치 땔감을 창
문으로 해서 던졌더니,설봉스님은 문을 여셨다.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디서 오는가?”
“ 서암(瑞巖)에서 옵니다.”
“ 서암스님은 어떤 법문을 하던가?”
“ 스님께서는 평소에 ‘주인공아!’하고 부르고는 스스로 ‘네’하
고 대답하십니다.그리고는 ‘정신 좀 차려라!’하고 말씀하십니다.”
“ 한결같이 혼을 희롱하는 부류이긴 하다만 그래도 약간은 나은
편이군.”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그곳에 있지 않았는가?”
“ 스님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 지금도 부르기만 하면 대답을 할까?”
스님께서 암주에게 불을 좀 얻을 수 있느냐고 묻자,암주는 말
하였다.
“불의 성품이 두루한데 무엇 때문에 불을 구걸하십니까?”
“ 말에 떨어졌구나.”
설봉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