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9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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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下 179
스님께서 고산(鼓山)스님을 보고는 일원상(一圓相)을 그리자,고
산스님이 말하였다.
“모든 사람이 여기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 그대가 귀신의 굴속에서 살 궁리나 한다는 사실을 진정 알겠
다.”
“ 스님께선 어떠십니까?”
“ 모든 사람이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어째서 스님께서는 그렇게 말해도 되고 저는 안 됩니까?”
“ 나는 그렇게 말해도 되지만 그대는 안 된다네.”
스님께서 지장스님에게 물으셨다.
“3계는 마음일 뿐[三界唯心]이라 하였는데 그대는 어떻게 이해
하는가?”
“ 스님께서도 선상(禪床)을 보시는지요?”
“ 본다.”
“ 3계가 마음일 뿐이라 한 것을 스님께서는 모르시는군요.”
스님께서 설봉스님을 모시고 있는데 설봉스님이 눈앞의 화로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3세 모든 부처님이 모조리 이 속에서 설법하시면서 큰 법륜을
굴리신다.”
“ 요즈음 왕의 명령이 점점 엄해지는군요.”
“ 뭐라구?”
“ 시장에서 노략질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