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8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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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현사록
“나는 이미 그대에게 간파해 주었다.”
설봉스님께서 스님에게 말씀하셨다.
“한 스님이 나에게 묻기를 ‘무엇이 목동의 노래입니까?’하기에
나는 춤을 추면서 방장실로 돌아갔다.”
“ 이 늙은이가 발꿈치가 땅에 붙지 않고 있군.”
“ 그렇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스님께서는 손뼉을 세 번 쳤다.
한 스님이 신회(神會)스님의 기왓장 이야기[瓦礫話]*를 거론하
6)
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과연.”
한 스님이 운암(雲巖)스님이 땅 쓸던 일[掃地話]*을 거론하자
7)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그때 보았더라면 그에게 그거야말로 겹쳐 보이는 달[第
二月]이라고 말해 주었을 것이다.”
*청원 행사(淸源行思)스님에게 신회스님이 와서 인사를 하자 청원스님이 물었
다.“어디서 오는가?”“조계에서 옵니다.”“조계의 소식이라도 가지고 왔는
가?”이에 신회스님이 몸을 흔들며 서 있자 청원스님이 말하였다.“아직도
기왓장 조각을 들고 있구나.”“스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진금(眞金)을 주지 않
았습니까?”“그렇다 한들 그대가 그것을 어찌하겠는가?”
*운암스님이 마당을 쓸다 소리를 지르니 원주가 말하였다.“스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구구하게 손수 그러십니까?”“누군가는 구구하지 않은 이도 있다.”
“ 어디에 있습니까?”“겹쳐 보이는 달[第二月:헛것]이겠지요.”이에 운암스님
이 빗자루를 세워 보이면서 묻기를 “이것이 몇 겹의 달이냐?”하니 원주가
대꾸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