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7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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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下 207
부를 밀고 나갔다.
옛 큰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마음에 성스럽다는 생각을 남겨
두면 오히려 법진(法塵)에 떨어진다”라고 하셨으니 자기라는 생각
을 떨쳐 버리지 못하면 그것이 도로 번뇌를 이루는 것이다.그러
므로 재계(齋戒)를 지키고 장좌불와하면서 망념을 쉬고 공(空)을
관찰하여 정신을 모아 선정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해서도 안 된다.
그것이 도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서천의 외도는 팔만 겁을 선
정에 들어가 정신을 모아 고요하게 되었다.눈을 감고 마음과 인
식을 없앴으나 정해진 겁수(劫數)가 끝나자마자 윤회를 면치 못하
였으니 이는 도안이 밝지 못하여 생사의 근원을 타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출가한 자라면 그렇지 않으니 저 외도같이 될 수는 없
다.그들은 진실로 훤히 통달하여 큰 지견(知見)을 갖추고 부처와
법도를 같이하지 않음이 없다.적조(寂照)로써 앎[知]을 잊어 텅 비
어 만상을 머금으니 지금 어느 곳이 그대 자신이 아니며,어느 곳
이 분명하지 않으며,어느 곳이 드러나지 않았는가.어찌 이렇게
이해하지 못하는가.이러한 경지가 없다면 언제든지 일어나는 망
념을 어찌하겠는가.모조리 허망하게 될 것이니 어떤 것이 평생에
힘을 얻은 곳인가.실제로 밝혀낸 것이 없다면 급히 서둘러야 한
다.언제나 밥 먹고 잠자는 것을 잊고 머리에 타는 불을 끄듯,목
숨을 잃을 듯이 해야 한다.마음을 밝히고 이치를 참구하여 부질
없는 인연을 놓아버리고 심식(心識)을 쉬어야만 가까워질 자격[分]
이 있다.그렇지 못하면 뒷날 모조리 식정(識情)에게 거느려질 것
이니 무슨 자유로울 자격이 있겠는가.
지금은 도리어 분명한 것을 제창하는 저 무정물만도 못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