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2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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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현사록


            터 모든 망정을 요동하여 번뇌를 얽어 이루었느냐.마치 중병 든
            사람이 마음이 미치고 열이 나면 전도된 상을 어지럽게 보나 도무
            지 실제로는 그런 일이 없는 것과도 같다.지금 보는 경계도 모두

            가 이와 같이 그대의 6근을 대하여 모조리 전도됨을 이룬 것이다.
               옛사람은 무궁한 묘약으로 병에 따라 치료하였는데 10지(十地)
            에 가서도 또렷또렷한 경계를 얻지 못하였으니 정말 쉬운 일이 아

            님을 알 수 있다.옛사람은 마치 돌아가신 부모를 생각하듯 하였
            으나 지금 사람들은 등한히 하는 것 같으니 어느 곳에 그대를 위
            해 깨달아 줄 사람이 따로 있겠는가.애석하다.시간을 헛되게 보

            내다니,빈틈없이 스스로 참구한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자세히
            관찰하고 살펴서 노력할 곳이 없는 데에 이르면 모든 인연이 저절
            로 쉴 것이다.

               설사 싹이 트진 않았다 해도 종자는 있다.만일 모두 모여 내게
            만 의지하고 곁에서 북이나 치면서 밥 먹고 죽 먹은 기운을 놀린
            다면 이 경황없는 것을 가지고 생사를 떨쳐 버렸다 하면서 그대의

            일생을 속인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응당 여실히 알아야만 하
            리라.무사하고,몸조심하라.”


               1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 지금 여러분에게 묻겠다.무슨 일을 이루어 어떤 세계에 있
            어야 안심입명(安心立命)하겠느냐.알았느냐?알지 못했다면 흡사
            눈을 비벼 헛꽃이 생기듯 보는 일마다 어긋날 것이다.알았느냐.
               지금 눈앞에 산하대지와 색공명암의 갖가지 모든 물건을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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