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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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현사록


            신통변화를 놀리면서 병에서 물을 쏟아 붓듯 12분교를 설명하여
            한바탕 불사를 크게 짓는다 해도 이 문하에서는 하나도 쓸모가 없
            으며 털끝만큼의 재주도 부리지 못한다.알았는가.

               이는 꿈속의 일과 같고,잠꼬대와도 같다.사문이라면 응당 이
            런 데 나와서는 안 된다.꿈속의 일과 같지 않다면 그것은 알아버
            렸기 때문이다.알았는가?알아차렸다면 크게 해탈한 사람이며,크

            게 깨친 사람이다.그러므로 범부와 성인을 초탈하고,생사를 벗어
            나며 인과를 여의고 비로자나와 석가를 초월한다.범부와 성인의
            인과에 속지 않으니 그 어느 곳이든 그대를 알아볼 사람이 없다.

            알겠는가.
               길이 생사의 애욕 그물을 그리워하고 선악업의 과보에 매여 계
            속 자유로움이 없으니 설사 그대가 심신을 허공만큼이나 연마하고

            그대의 묘하고 정밀하고 밝은 마음이 담담하여 요동하지 않는 경
            지에 이르렀다 해도 식음(識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옛사람
            은 이를 ‘물이 급히 흐른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편안하고 고요

            하다고 잘못 생각한다’고 하였다.이렇게 수행했다가는 모조리 윤
            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다시 윤회를 당한다.그
            러므로 수행이란 것도 무상하여 단지 3승의 공부일 뿐이니,이처
            럼 두려운 것이다.도를 보는 안목이 없다면 그것은 역시 구경처

            가 아니니 지금 온갖 번뇌에 매인 범부가 한 털끝만큼의 공부도
            하지 않고 단박 초월하여 안목을 갖추는 것만이야 하겠는가.

               마음의 힘을 덜 줄 아는가.안락하고자 하는가.그대들에게 권
            하노라.나는 이 자리에서 그대들이 얽어 갖춘 것 없애기를 기다
            릴 것이며,다시는 그대들더러 더욱 공부를 하여 연마 수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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