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8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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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현사록


            흙․나무․돌도 비상한 진실을 설법하는데 듣는 사람이 적을 뿐
            이다.이 설법을 들어야만 비로소 상대할 만하다.무정설법을 듣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상대하겠는가.한번 말해 보아라.언설이 없다

            해서도 안 되며,묻는 이 없는데 스스로 설법하며 도 닦는 것을 칭
            찬한다 해서도 안 된다.
               보지도 못했는가.선재동자(善才童子)가 120분의 선지식을 참례

            하다가 마지막에 미륵보살을 뵙고 손가락 퉁기는 사이에 그대로
            문에 들어갔던 것을.선재가 들어간 뒤에 그 문은 스스로 닫히고
            그는 누각 속에서 백천의 모든 부처님을 보았다.과거에 몸을 버

            리고 몸을 받으며,참례했던 120선지식의 허깨비 경계가 누각 속
            에서 나타났으며,미륵보살이 그를 위해 증명하자 선재는 의심이
            싹 가셨다.

               일반적으로 세 개의 서까래 아래[三條椽下:한 사람 앉을 만한
            선당의 좁은 공간]서 이런 진실한 앎을 갖추어야만 상대해 줄 만하
            다.그렇게 되면 4생6도 가운데서 모든 부처님의 정토와 같아질

            것이니 다시 무슨 생사를 두려워하겠는가.그리고 누구를 통해서
            그 모든 설법이 아무 실체가 없음을 알겠는가.영산회상에서 가섭
            이 직접 들었던 것까지도 그림 속의 달과 같은 것이다.옛 분이 말
            씀하시기를,“선악 모두를 생각지 말라.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도

            같다.나아가 3승의 수행위와 해탈법신과 보리열반과 성인의 지혜,
            성인의 과보에 이르기까지도 모두 허공꽃이나 토끼 뿔과 같다”라

            고 하였다.
               듣지도 못했는가.“세간에 돌아와서 보았더니 마치 꿈속의 일과
            같구나”라고 했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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