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7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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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下 217


            간이 지나면 저절로 대승의 공과(功果)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이
            것을 이름하여 ‘공 없는 공[無功之功]’이라고 부르는데,이 공은 헛
            되게 버려지는 것이 아닙니다.이러한 법을 아는 것을 ‘생각 없는

            생각[無念之念]’이라고도 부르니,이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모든 조
            사들의 깊은 종지입니다.
               지금 여기서 대왕과 함께 논하는 것은 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

            서 많은 성인들 앞에서 밝히신 비밀스럽고 깊은 종지입니다.이것
            을 대왕을 위해서 설명하니 대왕께서도 이미 환하게 알게 되었습
            니다.

               원하옵건대 대왕께서는 무량한 큰 서원을 세우셔서 이를 잘 간
            직하소서.그리하여 부처님이 되어 윤회를 받지 마소서.이 일을
            쉽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대왕은 마침내 두 분 선사께 절하고 이렇게 탄식하였다.
               “부끄럽구나!백번 천번 태어나 다행하게도 선지식의 가르침을
            만났으나 만약에 두 분 선사의 단도직입적인 설법을 듣지 못하였

            던들 만겁을 지난다 해도 이러한 공하고 또 공한 무상(無相)의 법
            문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지금부터 앞으로는 맹세코 두 분 스님
            의 깊은 은혜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이에 두 분 스님이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오직 생각생각이 늘 공적(空寂)하면 일상생활에 큰 인과가 있
            다는 것은 지난날 능엄경(楞嚴經)에서 빠짐없이 설한 것입니다.

            이 경에서 말하는 깊은 뜻에서 지금은 오직 보시하여 널리 중생을
            이익되게 할 뿐인데,이것은 모두 도를 돕는 방편문[助道之門]에
            속하는 것입니다.‘있다’‘없다’하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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