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8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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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것에 자재하게 되어 날마다 그저 힘쓸 것 없는 도[無功用道]를
닦고 4구게(四句偈)를 지니시면 됩니다.”
이때 스님께서 문득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지금 눈앞에 무엇이 보입니까?아상(我相)․인상
(人相)․중생상(衆生相)․수자상(壽者相)이 있습니까? 대왕이시여!
경에 이르기를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겁토록 보시한다 하여도
4구게를 늘 지니느니만 못하며,또한 허공에 가득 찬 공양도 그러
하다’라고 하였습니다.대왕이시여!반드시 망상에서 깨어나야 합
니다.그리고 깨어나서 바른 생각[正念]을 홀연히 깨달아 굳게 간
직하고 의심하지 않으면 무량하고 큰 불과(佛果)의 직접적인 원인
[正因]을 많이 쌓게 됩니다.이것이 밝고 묘한 진심이며 큰 원각(圓
覺)의 청정한 마음으로 빨리 성불의 길로 가게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이 산승은 윗대의 덕산(德山),석두(石頭)스님 때부
터 이 비밀한 법을 전수받았습니다.원컨대 저는 용화회상(龍華會
上)에 들어가 대왕을 만나고자 합니다.지금 이 자리에서 대왕께서
는 이미 가르쳐 준 것을 다 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르쳐 준 것도 없고 들고 나는 것도 없으며,보는 것
[觀]도 보이는 모습[相]도 없고,부처도 없고 법도 없으며,길고 짧
은 것도 없고 한 색도 없어서 모두가 나에게 달린 것입니다.그렇
게 되면 ‘있다’고 해도 되고 ‘없다’고 해도 되는데,있다 함은 묘하
게 있음[妙有]이며 없다 함은 묘하게 없음[妙無]입니다.이렇게 되
면 온종일 말을 해도 온종일 말하지 않는 것이 되며,서로가 서로
를 동시에 부정[遮]하고 동시에 긍정[照]하니,세우고 허물고 해도
그것이 세우고 허물고 하는 것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