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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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下 119


                 절암(節庵)----하무시자(霞霧侍者)



               하산(霞山)의 언덕에서 늙은 그대
               눈서리 모르면서 서리와 눈을 지냈네
               달이 뜨면 달 그림자 쫓고

               바람이 불변 부는 대로 맡겨 두네.


               소슬한 바람소리 가장 가까운데

               좋은 소식 듣더라도 누설하지 말아라
               맑고 빈 그림자 속을 잠깐 스쳐 가려거든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을 알아차리라.



               모든 것 놓아버리고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

               무엇 때문에 금가루를 눈에 넣으랴
               안다 모른다는 생각을 두지 않아야
               비로소 좋은 시절 보게 되리라.



               덕산(德山)의 방망이를 꺾어 버리고

               임제(臨濟)의 할(喝)을 부숴 버려서
               어디 가나 누구에게도 속지 않으면
               그때서야 바람과 달을 마주하리라.



               바람만 있고 달이 없으면 좋은 광명이 없고
               달만 있고 바람 없으면 좋은 설법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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