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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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바람도 있고 좋은 달도 있거니
내 집의 법(法)놀이 끊이지 않네.
철우(鐵牛)
계묘년 봄에 종서당(宗西堂)이 나를 찾아 가지산(迦智山)으로
와서 여름 안거를 지냈는데 그의 행동을 보니 치밀하고 조용하
여 도를 받을 만한 자질임이 분명하였다.가을이 되어 하직을
고하면서 호(號)를 구하기에 ‘철우(鐵牛)’라 하라 하였다.그 이유
는 다음과 같다.먼젓번 해제(解制)때,대중에게 날마다 하는 공
부를 물었더니 서당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전에는 부처의
소리와 부처의 모양을 알고자 힘썼지만 이 회중에 와서 본분의
가르침을 받은 뒤로는 전에 했던 공부가 모두 없어졌습니다.다
만 냉정하게 조주스님의 무(無)자를 참구할 때에는 마치 모기가
쇠로 만든 소를 무는 것과 같았습니다.”그래서 그 말을 따다가
호를 짓고,다음의 게송을 지어 주고는 “철우를 호되게 채찍질
해서 땀을 내게 하면 곧 조주스님과 만나게 될 것이다.열심히
하여라”라고 하였다.
그저 어리석고 완고하여 뒤를 돌아보지 않는구나
아무것도 모르니 어찌 사자의 외침을 두려워하랴
자지 않고 자면서 천지 사이에 편히 누웠으니
모래 같은 대천세계에 가거나 머무르지 않는다.
몇 번이나 봄을 지내고 가을을 지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