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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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下 125


               소림산의 오랑캐 늙은이 하나는
               9년 동안 잠자코 눈썹이 길었나니

               흰 눈이 뜰에 가득한,일없는 그 경계에
               어떤 사람 오래 서서 괴로움을 잊었다
               또 보지 못했는가

               1천5백 설봉공(雪峯公)은
               세 번 투자산(投子山)에 오르고 아홉 번 동산(洞山)에 가서야
               그 공을 이루었다.



               그대는 지금 어찌 살가죽 밑에 피가 없겠는가마는
               그저 시름시름 세월만 보내면서

               맑은 서리치는 9월 9일 산 속에서
               무엇 하러 삼삼으로 짝을 지어 노니는가.



               구천(九天)에도 오르지 말고
               구주(九州)땅에 한가히 놀지도 말라고 권하는 이유는

               다니거나 섰거나 앉거나 눕거나 진공(眞空)만을 깨치면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구봉(九峯)에 오르기 때문이라.



               북쪽 봉은 우뚝 솟아 천지를 누르는데
               다만 흰구름 와서 서로 쫓아다니나니

               부질없이 오고 가는 흰구름에 맡겨 두라
               푸른 담쟁이,소나무의 달은 맑은 바람 끌어 온다
               한가한 틈에 천천히 걸어 딴 봉우리로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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