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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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53
유하면 어린애가 어머니를 생각하듯,주린 사람이 밥을 생각하듯,
목마른 사람이 물을 생각하듯 하여,그만두려 하여도 그만둘 수
없이 생각나고 또 생각날 것이니,이것이 어찌 애를 써서 되는 일
이겠는가.
만일 이런 진실한 공부를 쌓으면 곧 힘이 덜리는 곳에 이르게
되니,그곳이 바로 힘을 얻는 곳이기도 하다.화두가 저절로 성숙
하여 한 덩이가 되어,몸과 마음이 단박 비어 움직이지 않고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질 것이다.거기서는 다만 그 한 사람뿐인데,그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일으키면 결정코 그림자에 홀릴 것이다.
부디 털끝만큼도 다른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그 본래면목은 어
떤 것인가’또 ‘조주스님이 없다고 말한 뜻은 무엇인가’를 잘 돌
아보아 이 말끝에 무명을 쳐부수면,물을 마셔 본 사람이 차고 따
뜻함을 저절로 아는 것과 같이 될 것이다.그래도 깨치지 못하거
든 다시 정신을 차려 반드시 화두를 끊어지지 않게 하되 의심이
있는지 없는지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를 생각하지 말고,바로 큰
의심으로 화두를 들어 또렷하게 잊지 않고 항상 맞서야 한다.다
닐 때에도 그렇게만 하고 앉았을 때에도 그렇게만 하며,죽을 먹
거나 밥을 먹을 때에도 그렇게만 하고 남과 이야기할 때에도 그
렇게만 하여,어묵동정(語黙動靜)에 다 그렇게만 하면 성취하지 못
할 것이 없으리라.
그대들은 4은(四恩)의 깊고 두터움을 아는가.4대로 된 더러운
몸이 찰나찰나 쇠해 감을 아는가.그대들의 목숨이 호흡 사이에
달린 줄을 아는가.부처님과 조사님이 세상에 나오심을 만났는가.
이 세상에 나와 위없는 종승(宗乘)을 들은 줄을 아는가.이 최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