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P. 58

58 태고록


            났다 사라졌다 하는 망념이 다 없어지고,없어졌다는 그 생각마저
            없어질 것입니다.어느덧 마음이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아 의지할

            곳이 없어지고,몸과 마음이 갑자기 텅 비어 허공을 의지한 것같
            이 될 것입니다.
               거기서는 밝고 또렷하며 또렷하고 밝은 그것이 앞에 나타날 것

            이니,바로 그때 부모가 낳아주기 전의 본래면목을 자세히 살펴보
            셔야 합니다.그렇게 하자마자 곧 깨치면,마치 물을 마시는 사람
            이 차고 따뜻함을 저절로 아는 것과 같아질 것입니다.그것은 남

            에게 보일 수도 없고 남에게 말할 수도 없는 것으로서,다만 그
            신령한 빛이 하늘땅을 덮을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경계가 저절로 나타날 때에는,생사도 의심되지

            않고 불조의 말씀도 의심되지 않아 불조와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곧 불조가 부자간에 서로 전한 묘한 이치이니,부디 명심

            하시어 소홀히 여기지 마소서.정사에 나아가 백성들을 새롭게 할
            때에도 그렇게 하시고,또 이 도로써 온갖 근기를 두루 깨우치고
            모든 백성들에게 권하여,태평하여 함이 없는 이치를 함께 즐기시

            면 모든 부처와 용과 하늘들이 어찌 기쁘게 이 나라를 돕지 않겠
            습니까.

               국왕과 공주는 이 생만이 아니라 여러 생 동안 성인이신 부처
            님을 만나,이 최상의 종승 안에 반야의 종자를 깊이 심으셨습니
            다.본래의 원력으로 지금 국왕과 공주가 되시어,저절로 무위(無

            爲)를 즐겨 이 이치를 물으시는 것은,마치 묻힌 불을 헤치는 것
            과 같아서 반드시 큰 일을 성취하시리라 믿습니다.
               이 나라 사람으로서 복과 지혜가 있는 이는,국왕의 뜻을 받들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