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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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현릉(玄陵)이 마음법문을 청함













               국왕이 명하시기를,“나를 위해 자비로써 법어를 드리워 은혜
            를 베푸소서”하시니,나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명을 받들어 간단

            히 한 토막 드러내고자 합니다.
               여기 내게는 본래 한 법도 없는데 무슨 말이 있겠습니까마는
            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국왕이 거듭 청하시므로 말 아닌 말로

            마음 자리를 바로 가리켜 어떤 한 물건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
            다.그것은 밝고 또렷하여 거짓도 없고 사사로움도 없으며,고요
            하여 움직이지 않으나 큰 영지(靈知)가 있습니다.본래 생사도 없

            고 분별도 없으며,이름이나 모양도 없고 또한 말할 수도 없는 것
            입니다.허공을 모두 삼키고 천지를 두루 덮었으며,소리와 빛깔

            을 모두 덮었고 큰 본체와 작용을 갖추었습니다.그 본체로 말하
            자면 넓고 큰 것을 모두 감싸고도 바깥이 없고 미세한 것을 모두
            거두고도 안이 없습니다.그 작용으로 말하자면 부처세계의 티끌

            수보다 많은 지혜와 신통․삼매․말솜씨가 있고,숨었다 나타났
            다 종횡 자재하며,큰 신통과 변화가 있어서 아무리 큰 성인이라

            도 그것을 완전히 알지는 못합니다.
               이 한 물건은 사람마다 언제나 있어서 발을 들거나 발을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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