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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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61


            하겠습니다.
               생각이 일어나고 생각이 사라지는 것을 생사(生死)라 하는데,

            생사하는 그 순간 반드시 힘을 다해 화두를 드십시오.화두가 순
            일(純一)해지면 일고 멸함이 없어지는데,일고 멸함이 없어진 그
            곳을 ‘고요함’이라 합니다.이 고요함 속에서 화두가 없으면 그것

            을 무기(無記)라 하며,고요함 속에서도 화두에 어둡지 않으면 그
            것을 영지(靈知)라 합니다.
               이 비고 고요한 영지는 무너지지도 않고 난잡하지도 않으니,

            이렇게 공부해 나가면 머지 않아 공을 이룰 것입니다.몸과 마음
            이 화두와 한 덩이가 되어 의지하는 곳이 없고,마음 갈 곳이 없
            을 것입니다.그때는 다만 방산거사 하나뿐일 것이니,거기서 다

            른 생각을 일으키면 반드시 그림자의 유혹을 받게 됩니다.거기서
            자세히 살펴보십시오.방산거사가 어디 있는가,조주스님이 ‘없다’

            고 말한 뜻이 무엇인가 하고.완전히 붙들면 힘을 쓸 필요도 없어
            져,마치 물을 마시는 사람이 차고 따뜻함을 저절로 아는 것과 같
            아서,천만 가지 의심이 한꺼번에 뚫릴 것입니다.혹 완전히 깨치

            지 못하더라도 부디 ‘이럴까 저럴까’하는 생각을 버리고,다만 화
            두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도록 간절히 붙들어야 합니다.움직이

            거나 가만히 있거나 말하거나 침묵하는 모든 행동에서 한결같이
            어둡지 않고 그저 또록또록하고 분명하게 화두를 들되,하루 몇
            번이나 끊어지는가를 때때로 점검해 보십시오.그리하여 끊어지는

            틈을 알아차리거든 다시 용맹스런 마음을 내어 공력을 더 들여
            틈이 없게 해야 합니다.만일 하루에 한 번도 틈이 없는 줄 알았
            거든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서 때때로 점검하되 날마다 틈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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