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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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해야 합니다.만일 사흘 동안 법대로 끊어지는 틈이 없어,움
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에도 한결같고[動靜一如]말하거나 침묵
할 때에도 한결같아 화두가 항상 앞에 나타나 있되,급히 흐르는
여울 속의 달빛 같아서 부딪쳐도 흩어지지 않고 헤쳐도 없어지지
않으며 휘저어도 사라지지 않아 자나깨나 한결같으면[寤寐一如]
크게 깨칠 때가 가까워진 것입니다.
이런 경계에 이르면 부디 남에게 캐물으려 하지도 말고,일없
는 사람들과 이야기하지도 말며,그저 스물네 시간 무엇을 하든지
간에 바보 벙어리처럼 하고,몸과 마음을 모두 버려 죽은 사람같
이 하여,안에서 내놓지도 말고 밖에서 들여놓지도 말아야 합니
다.그런데 거기서 화두를 잊어버리면 큰 잘못이니,큰 의심을 깨
뜨리기 전에는 부디 화두에 어둡지 말고 내 말대로 하십시오.
실로 그 경지에 이르면 어느 새 무명이 깨어지고 활연히 크게
깨칠 것이니,깨친 뒤에는 부디 진짜 종장(宗匠)을 찾아뵙고 마지
막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만일 그런 종사를 만나지 못하면 열이
면 열,모두 마구니가 될 것이니,조심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