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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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65
4.최진사(崔進士)에게 주는 글
공(公)은 스스로 “무엇이 부모가 낳아주기 전의 본래면목인가?”
하고 물어보십시오.그 한마디에 깨치면 그만이거니와 그렇지 못
하거든,다니거나 섰거나 앉거나 누울 때나,스물네 시간을 마음
마음이 어둡지 않고 생각생각 계속해야 합니다.닭이 알을 품듯,
고양이가 쥐를 노리듯 바로 그렇게 하면 사흘이나 이레 안에는
반드시 그에 응분하는 경지가 생길 것이니,그 길이 바로 공께서
빨리 깨닫는 단서가 될 것입니다.
그 방법을 말한다면,공은 “4대로 된 내 몸뚱이는 부모가 낳아
준 것으로서 언젠가는 반드시 무너질 것이다.무엇이 부모가 낳아
주기 전의 본래면목인가?”하고 생각하되,부디 참구하여 어둡지
않게 하십시오.이렇게 끊일 틈 없이 하면 공부가 저절로 순순히
익어지고 몸과 마음이 맑고 상쾌해져,마치 싸늘한 가을 하늘의
기운과 같게 될 것입니다.이 경지에 이르면 근기가 날카로운 사
람은 활연히 크게 깨쳐,물을 마시는 사람이 차고 따뜻함을 저절
로 아는 것 같아서,다만 맑고 분명하여 스스로 긍정할 뿐입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비추는 작용[照]이 다하여 체(体)가 의지할 곳 없
음을 믿고,비로소 본래인을 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