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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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염정당 흥방(廉政堂 興邦)에게 주는 글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개에도 불성이 있습니까?”하고 물었
을 때 조주스님은 “없다”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없다는 말은 있고 없다는 없음도 아니며 참으로 없
다는 없음도 아닙니다.그렇다면 결국 무슨 도리이겠습니까?이
의심이 있을 때에 간절히 참구하면 저절로 아무것도 모르는 경지
에 이르게 됩니다.거기는 참으로 좋은 곳이니 근기가 날카로운
사람은 거기에서 활연히 크게 깨칠 것입니다.큰 의심을 깨뜨리지
못하더라도 부디 ‘이럴까 저럴까’하는 생각이나 깨쳐야겠다는 마
음을 내지 마십시오.그저 의심을 가지고 화두를 들어 간절히 참
구하십시오.
그리하여 모든 생활에서 조금도 어둡지 않고,하루나 이틀 내
지 이레 동안 법대로 참구하여 끊기는 틈이 없으며,꿈속에서도
화두를 들게 되면 크게 깨칠 때가 가까워진 것입니다.그래서 만
일 의심을 깨뜨리면 물을 마시는 사람이 차고 따뜻함을 저절로
아는 것 같아서,남에게 보일 수도 없고 남에게 말할 수도 없습니
다.그때에는 모름지기 진짜 종사를 찾아뵙고,지혜 없는 사람에
게는 말하지 마십시오.힘쓰고 힘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