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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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73




               9.무능거사 박성량(無能居士 朴成亮)상공에게 주는 글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개에도 불성이 있습니까?”하고 물었
            을 때 조주스님은 “없다”하셨습니다.

               이 없다는 말은 있고 없다는 없음도 아니며 참으로 없다는 없
            음도 아닙니다.그렇다면 말해 보십시오.결국 그것이 무슨 도리
            이겠습니까?참구하더라도 의심이 깨뜨려지지 않을 때에는 다만

            ‘없다’는 화두를 들되,다니거나 섰거나 앉았거나 누웠거나 조금
            도 어둡지 않아야 합니다.그리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경지에 이르
            게 되면 갑자기 마음 갈 곳이 없어집니다.그렇더라도 공(空)에 떨

            어질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거기는 참으로 좋은 곳이니 부디
            ‘이럴까 저럴까’하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하여 만일 조주의 관문을 뚫고 지나면,마치 물을 마시는
            사람이 차고 따뜻함을 저절로 알듯,천하 사람들의 말을 의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그때에는 부디 지혜 없는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고 진짜 종사를 찾아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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