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P. 76
76 태고록
11.진선인(眞禪人)에게 주는 글
그대는 이미 출가하였으니 반드시 장부의 뜻을 세우고 용맹스
런 마음을 내어 덧없음이 빠르다는 것과 생사는 큰 일이라는 것
을 믿고,행주좌와 언제나 이 일에 어둡지 말고 간절히 참구하여
라.마치 천 척의 우물 속에 떨어진 사람이 어떻게든지 거기서 나
올 마음만 가지는 것처럼 하면,오래지 않아 반드시 거기에 응분
하는 경지가 생길 것이다.그렇게 공을 들여도 이루지 못한다면
불법은 영험이 없는 것이다.
옛날 향엄(香嚴)스님은 기왓장이 대나무 때리는 소리를 듣고
도를 깨쳤고*영운(靈雲)스님은 복숭아꽃을 보고 마음을 밝혔다.*
9 )
1 0)
*향엄지한(香嚴智閑)이 출가하여 위산(潙山)스님의 회상에 있었는데,위산은 그
가 법기(法器)임을 알고 지혜를 끌어내기 위해 이르기를,“나는 지금 그대가
평소에 공부해 온 지해(知解)나 경(經)에서 얻은 것을 묻는 것이 아니다.네가
아직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기 전,아무것도 분별할 줄 모르던 때의 본래면목
을 한마디로 말해 보라.그렇게 하면 나는 너에게 수기(授記)하리라”하였다.
지한은 아득하여 대답하지 못하고 얼마 동안 망설이다가 소견대로 몇 마디
대답하였으나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지한이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하
니 위산스님은 “내가 내 소견을 말하더라도 그대의 안목에는 아무 소용도 없
을 것이 아니냐”하였다.지한은 자기 방에 돌아가 기록하여 두었던 스님네
의 말씀을 두루 찾아보았으나 한마디로 대답할 만한 것이 없었다.그리하여
그 책에 ‘그림의 떡만으로는 배를 불릴 수 없다’라고 써 놓고는 모두 불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