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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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의선인(宜禪人)에게 주는 글













               본사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그대가 비록 3세 여래
            의 12부 경전을 기억하지마는 그것은 하룻동안 무루(無漏)공부를

            닦느니만 못하다”하셨으니 이는 네 가지 진실한 말씀[四實語]중
            에 참으로 진심에서 나온 말씀이다.그러므로 모든 부처님이나 조
            사님네가 주고받아 서로 전한 묘한 이치는 문자나 언어에 있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부처님이나 조사님이 큰 자비로 근기를 대하
            여 부득이 문자나 언어를 썼지마는,그 문자나 언어는 오로지 중
            하의 근기를 위해 방편을 빌려 바로 마음을 가리킨 것이다.그러

            므로 학인이 그 방편을 진실한 법이라 생각하여 버리지 않는다면
            어찌 큰 병이 아니겠는가.비유하면 불쌍한 아들이 아버지를 버리

            고 도망해 집을 나가 여관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서 망령되이 그
            것을 제 집이라 한다면,제 집만 잃을 뿐 아니라 언제 집에 돌아
            갈 날이 있겠는가.슬프고 애석하다.그들은 손가락을 달이라 집

            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는 그렇지 않아 불조의 말씀은 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키는 방편임을 알고,과거에 배우고 이해한 문자와 언어를 한
            칼에 두 동강을 내었으니,마땅히 마음을 참구하여 일생의 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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