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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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77
그렇다면 누구나 그저 스물네 시간 무엇을 하든지 간에 다만 그
처럼 또록또록하고 분명하여 이 일에 어둡지 않고 잡념이 없이
순일하여,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에도 그저 그러하고,말하거
나 침묵할 때에도 그저 그러하여,자나깨나 한결같으면 소리를 듣
고 빛깔을 보는 데에 어찌 향엄이나 영운같이 되지 않겠는가.
참선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스스로 꾸짖고 스스로 반성하되,자
기의 공부가 옛사람과 같은가 다른가 해야 한다.조금이라도 잘못
된 데가 있거든 부디 스스로 꾸짖고,다시 장부의 뜻을 내어 시시
각각으로 일체의 선악을 전연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그리하여 그
때에는 무엇이 우리 부모가 낳아주기 전의 본래면목인가를 잊지
않고 간절히 참구하여,갑자기 마음이 갈 곳이 없어져 한 덩이가
되면,근기가 날카로운 사람은 그 경지에 이르러 무명을 쳐부술
것이니,그 뒤에는 진짜 종사를 찾아뵈어야 한다.
버렸다.그리고는 “금생에 불법을 배우지 못하면 항상 밥중노릇을 면하지 못
할 것이다”하고 울면서 위산을 하직하고 남양(南陽)으로 가서 혜충국사(慧忠
國師)의 유적을 보고 거기 있었다.하루는 산에서 풀을 벨 때,기와조각을 던
지다가 대나무에 맞는 소리를 듣고는 크게 깨쳤다.문득 웃으면서 돌아가 목
욕하고 향을 피운 뒤에 멀리 위산을 향하여 절하면서 “화상의 큰 자비여,부
모의 은혜보다 더 크옵니다.만일 그때 내게 말씀해 주셨던들,어떻게 오늘
이 일이 있겠나이까”하고 게송을 지었다 한다.
*영운 지근(靈雲志勤)은 위산(潙山)의 문하에 있다가 복숭아꽃을 보고 도를 깨
쳤다.그리하여 게송을 지었는데 위산스님이 그것을 보고 “인연 따라 깨달았
으니 영원히 물러나거나 잃지 말고 스스로 잘 보호해 가져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