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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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담당 숙장로(湛堂淑長老)에게 답함













               삼가 개천당(開天堂)의 사도(司徒)*노스님의 문안 편지를 받았
                                              11)
            습니다.그 편지에 “늙고 병들어 자못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기에

            한마디 법어를 구하여 마지막 노자로 삼으려 합니다”하였으니,
            이 말이 어찌 한갓된 말이겠습니까.나 또한 한탄스런 마음입니
            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 사람들은 섣달 그믐날이 되면 묵은해는 끝
            나고 새해가 온다 하면서,그런 축하로써 그 정을 표합니다.선사
            도 그 중의 한 사람으로서,또 그런 일로 이 시대의 조류를 깨우

            치려고 그런 진실한 말을 하신 것입니까.
               노선사께서 모를 리 있겠습니까.밝고 신령스런 자기 마음은

            위엄 있고 의젓하며 솔직하고 산뜻하여 잡을 데가 없는데 거기에
            어찌 고금의 차이가 있고 낡은 것과 새 것의 구별이 있겠으며,본
            래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견해가 없는데 허망한 생사에 무슨 관

            계가 있겠습니까.옛사람은 그것을 무위진인(無位眞人)이라 불렀으
            나 그것도 맞지 않으니 그렇다면 무엇이라 불러야 하겠습니까?물



            *사도(司徒):예교(禮敎)로 백성 교화하는 일을 맡은 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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