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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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태고록
15.소선인(紹禪人)에게 주는 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계율과 선정과 지혜로 몸과 입과 뜻을 깨
끗이 해야 한다.몸의 세 가지와 입의 네 가지와 뜻의 세 가지 업
을 하나도 짓지 말고,깨끗한 계율을 지니면서 생각생각에 조주스
님의 무자화두[無字話]를 들어라.언제나 그 ‘없다’에 어둡지 말고,
다니거나 섰거나 앉았거나 누웠거나 대소변을 볼 때나 옷 입고
밥 먹을 때나 항상 ‘없다’는 화두를 들되,고양이가 쥐를 노리듯,
닭이 알을 품듯 해야 한다.조금도 어둡지 않고 그저 ‘없다’는 화
두만 들어서 이렇듯 그 화두가 끊길 틈이 없게 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없다’하였는가 하고 의심을 일으키되,그 의심이
깨뜨려지지 않을 때에는 마음속이 매우 답답할 것이다.바로 이럴
때에도 그저 화두만 들어라.화두가 계속되면 바른 생각이 이루어
질 것이니,참구하고 또 참구하면서 화두를 들어야 한다.의심과
화두가 한 덩이가 되어 어묵동정에 항상 화두를 들면 점점 자나
깨나 한결같은 경지에 이를 것이다.그때에는 화두가 마음에서 떠
나지 않아 생각이 없고 마음이 끊어진 곳에까지 의심이 이르게
되면,금까마귀[해]가 한밤중에 하늘에 날 것이다.이때 슬퍼하거
나 기뻐하지 말고 진짜 종사를 찾아 의심을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