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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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83
14.문선인(文禪人)에게 주는 글
그대는 이미 잘못인 줄 알고 명리(名利)를 버렸으니 이 생에서
불조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만일 오늘 조금 하고 내일 조금 하면
언제 무명의 뿌리를 완전히 끊겠는가.그대는 이제 대장부의 뜻을
세웠으니 때때로 다시 취모리검(吹毛利劍)을 뽑아 들어야 한다.언
제나 그렇게 공부해 가면,어떤 악마와 외도가 그 이치를 어지럽
히겠는가.바로 길이 막힌 데 이르러 철벽에 부딪치면,마주하는
생각과 허망한 생각이 아주 고요해질 것이다.그 공부는 물을 뚫
는 밝은 달빛 같아서,자나깨나 한결같은[寤寐一如]경지에 점차
이르면 번뇌는 쉬고 빛은 나려 할 것이다.거기서는 슬퍼하거나
기뻐하지도 말고,또한 깨달았다는 마음도 내지 말아야 한다.조
금이라도 깨달았다는 마음을 내면 공부한 힘을 잃는다.그저 또록
또록하게 화두를 들되,그것의 형상이 어떠한가 되풀이해 관찰하
면 어느 새 불조의 관문을 넘어뜨리고 한바탕 웃을 것이다.
그런 뒤에 진짜 종사를 찾아뵙고 고삐[巴鼻]를 결택하면 같은
가지[條]에 태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