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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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101
깊고 깊은 이 삼매의 바다에 들면
비로자나의 몸 감춘 삼매이니
문수와 보현은 얼마나 어리석기에
내 집의 추문을 밖으로 들춰냈는고.
슬프고 가여워라 말세 사람들
글줄을 찾고 셈하기에 마음만 고달파라
무한한 선정 속의 말을 들어야 하겠거늘
등 돌리고 듣지 않음은 그 무슨 까닭인가.
이 가운데 소식은 얼마나 부귀하건대
백천 가지 꽃과 풀이 다투어 봄을 머금었는가
경전 보는 뒷날의 큰 군자들아
보리의 큰길을 묻지 말아라.
쉬어라 쉬어라 하는데 굳이 남쪽을 돌았는가
발밑이 바로 보리도량인 것을
그대는 늙은 오랑캐의 말없던 곳을 보라
말로써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깊고 깊으며 어둡고 어두워
묘한 작용은 항하의 모래처럼 끝이 없어라
슬프다,고금의 권교(權敎)와 소승(小乘)들
단도직입적으로 지적해도 믿지 않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