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1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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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송 181
집착하고 집착하면서 전연 깨닫지 못하다가
갑작스런 외마디소리에 후딱 몸을 뒤집으면
눈 가득히 허공이 흩어져 버릴 것이다.
혹은 그르다 하여 혹은 옳다 하여
시비의 구덩이 속에서 항상 기뻐하고 근심하다가
어느 새 몸이 죽어 백골무더기뿐이니
당당한 데 이르러도 자재하지 못하네.
이 마른 해골이 갑자기 깨치면
광겁의 무명도 당장 재가 되어서
그로부터는 항하사 불조의
백천삼매라 해도 부러워하지 않으리.
부러워하지도 않는데 무슨 허물 있는가
생각하고 헤아림이 곧 허물 되나니
쟁반에 구슬 굴리듯 운용할 수 있다면
겁석(劫石)도 그저 손가락 퉁길 사이에 지나가리.
법도 없고 부처도 없고
마음도 없고 물질도 없네
여기에 이르러 분명한 이것은 무엇인가
추울 때는 불 앞에서 나뭇조각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