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6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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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나옹록



               송














                 산거(山居)



               발우 하나,물병 하나,가느다란 주장자 하나
               깊은 산에 홀로 숨어 마음대로 살아가네

               광주리 들고 고사리 캐어 뿌리째로 삶나니
               누더기로 머리 싸는 것 나는 아직 서투르다.



               내게는 진공(眞空)의 일없는 선정이 있어
               바위틈에서 돌에 기대어 잠만 자노라

               무슨 대단한 일이 있느냐고 누군가 불쑥 묻는다면
               헤진 옷 한 벌로 백 년을 지낸다 하리라.



               한종일 소나무 창에는 세상 시끄러움 없고
               돌 수곽은 언제나 평평하며 산물은 항상 맑다
               다리 부러진 솥 안에는 맛난 것 풍족하니

               무엇 하러 명리와 영화를 구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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