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 나옹록
송
산거(山居)
발우 하나,물병 하나,가느다란 주장자 하나
깊은 산에 홀로 숨어 마음대로 살아가네
광주리 들고 고사리 캐어 뿌리째로 삶나니
누더기로 머리 싸는 것 나는 아직 서투르다.
내게는 진공(眞空)의 일없는 선정이 있어
바위틈에서 돌에 기대어 잠만 자노라
무슨 대단한 일이 있느냐고 누군가 불쑥 묻는다면
헤진 옷 한 벌로 백 년을 지낸다 하리라.
한종일 소나무 창에는 세상 시끄러움 없고
돌 수곽은 언제나 평평하며 산물은 항상 맑다
다리 부러진 솥 안에는 맛난 것 풍족하니
무엇 하러 명리와 영화를 구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