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0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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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나옹록
눈먼 사람이 집에 가는 길을 잃은 것 같네.
언제나 일용하면서도 전혀 아무 일 없으나
자성(自性)이 인연 따라 일에 응한다
분명한 부처와 조사들 찾아도 알 수 없으나
봄이 오면 여전히 장미는 자줏빛이다.
신령한 구슬이라 하여도 나무람을 받으리
참 이름은 붙일 수 없고 자체는 허공꽃이니
아득한 겁 밖에서 늘지도 줄지도 않고
온갖 법을 능히 내거니 그 작용 어떠한가.
죽음도 없고
누가 저 허공이 끝나거나 생기는 일 보는가
저 큰 허공은 끝나거나 생기는 것 아니거니
원래부터 그 바탕은 죽음이 없네.
남도 없이
가여워라,아득하고 끝없는 정(情)
대지에 봄이 와 만물을 내지마는
봄 뜻은 본래 남이 아니다.
항상 비로자나의 정수리를 밟고 다니며
대지의 사람들 몸은 어디서 생겼는가
대지와 비로자나는 진실로 한몸이라
야인(耶人)은 대지를 떠나지 않고 다니네.
때에 맞게 거두거나 놔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