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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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록 67


               또 한 스님이 나와 물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묻지 않겠습니다.무엇이 학인의 본분사

            입니까?”
               “ 옷 입고 밥 먹는 것이다.”
               “ 세계마다 티끌마다 다 분명한데,무엇이 분명한 그 마음입니

            까?”
               스님께서 불자를 드시니 그 스님이 물었다.
               “향상의 한 길은 천 분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 하는데,무엇이

            전하지 못한 그 일입니까?”
               “ 그대가 묻고 내가 대답하는 것이다.”
               그 스님은 절하고 물러갔다.또 한 스님이 물었다.

               “색(사물)을 보아 마음을 밝히고 소리를 들어 도를 깨친다 하는
            데,무엇이 밝힐 그 마음입니까?”

               스님께서 불자를 들어 세우시니 그 스님이 다시 물었다.
               “무엇이 깨칠 그 도입니까?”
               스님께서 대뜸 악!하고 할을 하시자 그 스님은 절하고 물러갔

            다.
               이어서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본래 맺음이 없는데 무엇을 풀겠는가.풂이 없이 때를 따라
            도의 흐름을 나타낸다.허공을 쳐부수어 조각조각 내어도,독한
            막대기의 그 독은 거두기 어렵도다.언젠가 어깨에 메고 산으로

            가서 그대로 천봉 만령 꼭대기에 들어가면 부처와 조사는 보고
            두려워 달아나리니,자유로이 죽이고 살리기 모자람이 없다.물결
            을 일으키는 것은 다른 물건이 아니며,천지를 뒤흔드는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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