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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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 무슨 긴 기간 짧은 기간의 결제와 해제가 있겠는
가.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석 달 90일 안거하는 동안에 주장자 꼭
대기를 꿰매고 포대 아가리를 묶고는 세 서까래[三條椽]*밑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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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 자 단[七尺單]*앞에서 금강권(金剛圈)*을 떨쳐내고 율극봉(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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棘蓬)*을 삼킨다면,또 꿈속의 불사를 짓고 거울 속의 마군을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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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받아 3업이 청정하고 6근이 깨끗하여 행주좌와(行住坐臥)에 아
무 허물이 없으며,조사의 자리를 이어받아 영원히 끊이지 않게
한다면 어찌 참으로 출가한 대장부가 아니겠는가.
만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오늘 신(申)씨가 명복을 비는 신군평
(申君平)과 여러 영혼들은 이 공덕을 받을 것이니,무슨 죄인들 면
하지 못하고 무슨 고통인들 벗어나지 못하겠는가.그리하여 시방
불국토에 마음대로 왕생하여 어디서나 즐거울 것이니 어찌 유쾌
하지 않겠는가.그렇긴 하지만…….”
불자를 세우고는,“이 하나는 닦고 깨닫는 데[修證]에 속하는
가,아니면 닦고 깨닫는 데 속하지 않는가?”하시고 불자를 던지
면서 “눈 있는 납승은 스스로 한 번 볼 일이다”하시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세 서까래[三條椽]:승당에서 앉는 자리는 한 사람마다 길이 6척,너비 3척
으로 지정되어 있는데,너비로 보면 머리 위 천장의 서까래 세 개의 넓이에
해당하므로,한 사람의 자리를 이렇게 말함.
*일곱 자 단[七尺單]:승당에서 한 사람이 앉는 자리를 말함.한 사람이 차지
하는 자리는 단(單)앞 길이 6척,너비 3척인데,그 6척에 단판(單板)의 길이
1척을 합하면 7척이 되므로 이렇게 말함.
*금강권(金剛圈):금강은 견고하다는 뜻.권은 구역.남이 엿볼 수 없는 곳.
*율극봉(栗棘蓬):가시 돋친 밤송이.삼킬 수도 없고 토할 수도 없는 학인의
‘문제’를 비유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