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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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나옹록
다시 죽비를 던지고 말씀하셨다.
“언덕에 올랐으면 배를 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거니,무엇 하
러 사공에게 다시 길을 물으랴.”
회향(廻向)
스님께서 법좌에 올라 향을 사른 뒤에 죽비로 향대를 한 번 내
리치고 말씀하셨다.
“승의 선가(仙駕)를 비롯하여 여러 불자들은 끝없는 과거로부
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을 등지고 번뇌와 어울려 여러 세계
에 잘못 들었소.그리하여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 혹은
천상에 있으면서 떴다 가라앉음이 일정치 않고 고락이 같지 않았
으니,그것은 오직 그대들이 한량없는 겁을 지나면서 본래면목을
몰랐기 때문이오.
승의선가여,원수나 친한 이를 면하고 생사를 면하여 고해를
건너려거든 빛을 돌이켜 비추어 보아 주인공의 본래면목을 아는
것이 제일이오.
승의공주는 인간에 태어나되 왕궁에 태어나 30여 년을 인간세
상에 노닐면서 한 나라의 공주가 되어 만백성들을 이롭게 하였으
니,그것은 부모가 낳아 준 면목이지만,부모가 낳아 주기 전의
면목은 어떤 것인가.
지금 4대는 흩어지고 영식(靈識)만이 홀로 드러나고 텅 비고
밝은 그것[虛明]만이 혼자 비치어 멀고 가까움에 관계가 없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