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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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 석벽도 막지 못하니 자,어서 오시오.지금 여기서 내 말을
            분명히 듣는 그것은 무엇인가.여기서 철저히 보아 확실히 의심이

            없으면,시방 불국토 어딜 가나 자유자재할 것이오.그렇지 못하
            다면 이 산승은 또 공주를 위해 수륙재(水陸齋)의 인연을 조금 말
            할 것이니 자세히 듣고 자세히 살피시오.

               물과 땅의 어둡고 밝은 큰 도량에서 티끌 같은 세계를 다 드러
            내오.3도(三途)에서는 법을 여의면 모든 고통을 떠날 수 있고,6
            취(六趣)에서는 은혜를 입어 법체(法體)가 편안하오.원한 있는 마

            음은 끊기 쉬우나,끝이 없는 성품은 헤아리기 어렵소.이 집에
            가득한 형제들이여,알겠는가.청풍명월이 곳곳에서 반짝이니 이
            법회에는 부처님네가 다 내려오셨고,3현10성(三賢十聖)이 다 귀의

            하오.마음을 편히 하고 공양을 받아 기쁜 마음을 내고,금강(金
            剛)의 묘각(妙覺)으로 점차 들어가시오.중생들 이 항하수 모래만

            큼의 죄를 골고루 지으나,한마디[一句]에 다 녹이고 한 기틀을 돌
            리시오.이러한 공덕 한량없거니,승의 선가는 정토로 돌아가오.
            말해 보시오.승의 선가는 정토에 있는가,예토에 있는가.부처세

            계에 있는가,중생세계에 있는가.이 세계에 있는가,저 세계에 있
            는가.”

               또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셨다.
               “정토에도 없고 예토에도 없으며,부처세계에도 없고 중생세계
            에도 없으며,이 세계 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 결국 어디 있단

            말인가?”
               그리고는 죽비를 던지고 말씀하셨다.
               “미세한 의혹을 모두 없애면 한 물건도 없나니,대원경지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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