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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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121
해골 속에 하늘을 떠받치고 땅을 받쳐 주는 사람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하신 말씀[拈]이 있었습니다.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을 베껴 쓰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지 결코 녹공의 말
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이 듭니다.왜냐하면 양기(楊岐)스님의 자
손은,보고 알고 하는 것[鑑覺]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는데,만일
그것을 인정한다면 5음 18계를 벗어날 수 없었을 터이니 선문이
특별하다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이 기연을 놓고 저도 송을 지은
것이 있습니다.사랑하고 보살펴 주는 그대를 믿고 교만함을 무
릅쓰고 송을 들려줄까 합니다.
우뚝한 곳에 서지 않으면 기연이 높지 못하니
조주스님은 하자가 없는 분이다
당장 불전 속을 집어내니
눈앞에 가물거리는 것들이 사라져 버리네.
不立孤危機未峻 趙州老子玉無瑕
當頭指出殿底裏 剗盡茫茫眼界華”
행선사는 진정한 자비로 청하지 않았는데도 벗이 되어 서신으
로 그의 잘못된 염송을 바로잡아 주고 또 게송으로 조주스님의
뜻을 밝혀 선문에 도움이 되었다.만일 우리가 잘못된 점을 말하
지 않고 제멋대로 꾸며 나간다면 밝은 안목을 지닌 분들의 웃음
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법을 비방하는 잘못을 불러들이게 될 것
이니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