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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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上 127
고을 산천 풍월에 티끌 하나 없도다
지팡이 끝에 얼마만큼 노는 땅 있다면
화엄경을 등에 지고 영중으로 들어가리.
大士遊方興盡回 家山風月絶纖埃
杖頭多少閑田地 挑取華嚴入嶺來
이에 적음존자가 화답하였다.
법을 인연하여 서로 만나 웃음 지며
인간 세계 굽어보니 뽀얀 먼지 일어나네
호상이니 영외이니 구분하지 말고
원만하고 고요한 광채 속에 함께 왕래하시오.
因法相逢一笑開 俯看人世過飛埃
湖湘嶺外休分別 圜寂光中共往來
그 후 적음존자는 그와 교류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 되자
정강(靖康)원년(1126)형부(刑部)에 나아가 진술하였다.
“방정승 혜홍(放停僧 慧洪)은 올해 나이 56세로,본관은 균주이
며 원래 우가(右街)향적원(香積院)에 승적이 올라 있습니다.숭령
(崇寧)초에 간관 진관이 채경(蔡京)의 일을 거론하다가 황제의 비
위를 거슬려 연주(連州)로 유배된 것을 보고서,저는 진관(陳瓘)이
벼슬에 있을 때 충절을 다했는데도 영해(嶺海)로 유배되었다 생각
하여 만리 타향에서 그의 일신에 생각지 못한 일이 생길까봐 그
의 앞길을 돌보며 4년 간을 바다 위를 왕래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진관과 교분이 두터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