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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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린이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 법명을 청하자 스님은
조린(祖麟)이라는 이름을 주었다.그리고는 육조스님께서 대유령
(大庾嶺)에서 명(明)상좌에게 설법하셨던 것,즉 선도 악도 생각지
말라는 것과 비밀한 말과 비밀한 뜻은 모두 너에게 있다는 화두
를 주면서 그에게 일상생활에 항상 놓지 말라고 하였다.그 후로
조린은 대혜선사의 물음에 답하는 일말고는 사대부나 승려들과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그의 태도가 당당하고 의젓하여 사
람들도 그를 가까이하거나 멀리하지 않았다.사인(舍人)당입부(唐
立夫)가 게를 지어 대혜선사에게 보냈다.
젊어서는 용을 잡고 만년에는 기린을 얻었으니
어느 날 밤 가을바람 바다에 먼지 이네
하늘과 땅을 뒤흔들어도 찾아볼 수 없으니
아육산 앞에 몸을 잃었도다.
蚤歲屠龍晩獲麟 西風一夜海生塵
掀天攪地難尋提 阿育山前失却身
대혜선사가 경산사로 옮기자 조린도 따라갔었는데 그는 이미
도를 깨달은 바 있었다.그러던 중 생각지 않게 건강이 악화되어
대혜선사가 시자 요덕(了德)을 보내 그를 문병하니 조린이 종이조
각에 게를 썼다.
의관을 단장하지 않고 머리털이 눈썹까지 내려오니
온 방의 고요함을 스스로 모를레라
박명(薄命)의 얼굴로 병에 누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