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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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광은 법의로 머리를 뒤덮어 쓰고 한참 동안 묵묵히 있다가
            말을 이었다.

               “머리에 법의를 덮어쓰니 만사가 끝장이다.이제 산승은 아무
            것도 알 수 없노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이 날 설법을 들은 승려와 속인

            이 무려 만여 명에 이르렀으나 감복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사
            인(舍人)한자창(韓子蒼)이 혜광의 탑명에,‘박식하고 논변에 능하
            다[多聞善辯]’고 평한 것은 이 때문이다.선사의 부도는 예장(豫章)

            서산(西山)성상(聖相)땅 언덕에 세워져 있다.




               2.한유(韓愈)의 원도(原道)를 논함/효종(孝宗)황제



               효종(孝宗)황제가 중화궁(重華宮)에 납시어                  원도변(原道辯)을
            지었다.



                 내 한유(韓愈)의 원도(原道)를 살펴보니,거기에는 부처와 노
               자의 말들이 혼동되어 있고 삼교[儒佛老]가 맞닿는 부분이 있다
               고 말하면서도 이를 분별하지 못하며,게다가 문장이 복잡하고
               이론이 타당치 못하여 성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분명치 못한
               점이 있었다.무엇 때문일까?
                 석가는 오로지 성품과 생명을 연구하여 형질로 된 몸을 벗어

               나서 명상(名相)에 집착하지 않으며 세상 일에는 스스로 상관하
               지 않았으니 예악(禮樂)인의(仁義)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그러
               나 오히려 오계(五戒)를 세워 ‘살생하지 말고,간음하지 말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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