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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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下 135
적질하지 말고,술마시지 말고,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였다.살생
하지 말라는 것은 인(仁)이며,간음하지 말라는 것은 예(禮)이며,
도적질을 하지 말라는 것은 의(義)이며,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은
지(智)이며,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은 신(信)이다.그렇다면 공자와
무엇이 다르다 하겠는가?
공자는 자연스럽게 도와 일치하는 이를 성인이라 하였다.그러
므로 성인이 하는 일은 그대로가 예악이며 그대로가 인의인데
무슨 이름을 붙일 수 있겠는가.비유하면 끝없이 돌고 도는 천지
음양에 춘하추동을 나눌 생각이 없는 것과 같아서 성인이 마지
못해 이름 붙인 것이다.이처럼 예악인의의 분별도 성인이 가르
침을 베풀고 세상을 다스리는 데 부득이 붙여 놓은 이름이기는
하나 이를 통해 성인의 뜻을 추구해 보면 바로 도를 알 수 있다.
도란 인의 예악의 바탕이며 인의예악은 도의 작용이다.저 양웅
(揚雄)은,노자가 인의를 파괴하고 예악을 없앴다고 하나,이제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그의 자취를 찾아보면 노자가 보배
로 여긴 바는 사랑,검박 그리고 감히 천하에 앞서지 않는다는
세 가지이다.공자는 온화․어짊․공순․검박․사양[溫良恭儉讓]
을 말씀하셨다.공자는 오직 인(仁)이 큰 일이라 하셨는데 이 말
은 노자가 말한 사랑과 같으니 이것이 바로 크나큰 인(仁)이며,
감히 천하에 앞서지 않는다 함은 크나큰 사양이 아니겠는가!그
는 도를 이해시키는 방편으로 한쪽만을 들어 말하였지만 그가
중히 여겼던 바는 청정영일(淸淨寧一)이었다.이것이 과연 공자와
배치된다 할 수 있겠는가?
저 어두운 삼교(三敎)의 말류(末流)들이 자기 주장을 고집하여
다르다고 하였을 뿐이다.부처와 노자는 망념을 끊고 함이 없이
몸과 마음을 닦았을 뿐이며 공자는 그의 가르침으로 천하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