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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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석전 법훈(石田法薰)선사의 고구정녕한 말씀



               석전 훈(石田法薰)선사가 말하였다.
               “이왕 부처님 문에 들어와 부처님 밥을 먹으면 천왕의 문호를
            쇄신하여 세인들을 구제해야 하는데,그런 일에는 역시 적임자가

            있는 법이다.더구나 큰스님이라 일컫는 자라면 이름이 이미 그러
            하니 실제로는 어때야 하겠는가?향상(向上)의 안목을 갖추고 대

            기대용(大機大用)을 얻어 인천(人天)을 열어 주고 후학에게 많은
            이익을 주어야만이 비로소 출가의 뜻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중․하 근기로 말한다면 이들 또한 인과법을 알아 부지런히 예불

            올리고 아침저녁으로 참선하고 경 읽으며,절을 새로 짓고 옛 절
            을 보수하는 등 무엇을 하든지 간에 진실심을 운용해야 조금이나
            마 가까워질 것이다.그리고 방장실(方丈室)에 앉아 모두 이루어

            놓은 일을 자신이 독차지하면서 힘든 일은 남에게 떠맡기고 편한
            일만 자신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순식간에 백발이 되고 이는 누
            렇게 변하여 눈앞에 죽음이 닥치게 될 것이다.예전 큰스님들은

            시절인연이 이르면 어찌할 수 없어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쥐어박
            곤 하였다.그러나 많은 사람이 주지를 그만둔 뒤에도 더욱더 정

            진하였다.그들은 사원의 크고 작음과 대중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
            이 천만인이 모여 있는 총림 가운데 있거나 단신으로 있을 때라
            도 이와 같이 하루 스물네 시간 오로지 이 도만을 생각하여 오랫

            동안 끊임없이 공부한 까닭에 큰일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이다.”
               석전스님의 말씀은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다”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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