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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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해 주십시오.어떻게 감히 믿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그대에게는 참선이 요긴한 것이지 서쪽에서 오신 뜻을 물을
것이 없습니다.”
“ 무엇 때문입니까?”
“ 서쪽에서 오신 데에 무슨 의의가 있겠습니까?”
이에 거사가 환히 깨닫고 옷을 털며 일어나 나가자 용수좌는
다시 그를 불러 세우며 말하였다.
“무엇을 보았기에 곧바로 나가시오?”
거사가 뒤를 돌아보는 찰나에 용수좌가 악!하고 할을 하니 거
사는 “그만,그만!”하고서 곧장 나가 버렸다.그 후 고향에 돌아
가 친척권속과 인연을 끊고 말없이 섬 위의 별채에서 홀로 살며
게송을 지었다.
잘못 내친 걸음으로 홍주 제주를 다니다가 돌아오니
아무것도 생각할 것이 없네
장강 위에 사립문 굳게 닫아걸었으니
누가 시끄러운 시비에 상관하랴.
錯脚游洪歷淛歸 更無一法可思惟
柴門高掩長江上 誰管風濤鼓是非
용수좌는 수암(誰庵)스님을 뵙고 공부한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