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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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中 157


            하고 문장에 능하였으나 스스로 철저히 억제했던 것은 이 때문이
            다.

               은산 찬(隱山瓚)스님이 처음  원성어록(元城語錄)을 보고서 매
            우 기뻐한 나머지 그 책을 가지고 돌아와 읽다가 끝까지 보지 않
            고서 책을 덮어 버리니 시자가 물었다.

               “무슨 까닭에 처음엔 기뻐하시다가 갑자기 덮어 버리십니까?”
               “ 납승은 생각생각이 오로지 화두 ‘마른 똥막대기[乾屎橛]’에 있
            어도 오히려 번잡하게 마음쓰는 것인데,하물며 세간의 이론과 문

            장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이 또한 미리 병폐를 막자는 법이니 마땅히 이처럼 해야 하는
            것이다.

               옛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배우는 이가 언어문자에 빠지는 것은 마치 그물망에 바람을

            불어넣어 부풀기를 바라는 일이니,어리석은 이가 아니라면 미친
            사람일 것이다.”




               43.친척권속과 인연을 끊고 혼자 살다/

                   민산거사 유경현(閩山居士 兪景賢)


               민산거사 유경현(閩山居士 兪景賢)이 절(浙)땅에 들어가 선지

            식을 두루 방문한 후 무봉 용(鄮峰用)수좌를 뵙고 물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 그대에게 말해 주고 싶지만 그대가 믿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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