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1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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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下 171
었다.
‘물거품 하나가 생기기 전에는 어떻습니까?’
‘ 배를 옮기되 물을 가르지 않고 노를 저으니 길을 잃으리[移舟
不別水 擧棹卽迷源].’
목평스님은 이 말끝에 깨달았다.
후학 운봉 열(雲峰悅)화상이 이 일에 대하여 염하였다.
‘목평스님이 만일 낙포스님의 말끝에 깨달았더라면 그래도 조
금은 나았을 것이다.후학들은 반룡스님의 썩은 물 속으로 젖어
들어가서는 안 된다.’
목평스님이 주지가 된 뒤 한 스님이 ‘요즘 어떠신지요?’하고
물으니 ‘과연 여기에만 앉았다’라고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말해 보아라.그가 이렇게 말한 뜻이 어디에 있는가
를.나는 많은 스님네들이 ‘배를 옮기되 물을 가르지 않고 노를
저으니 길을 잃으리’라고 한 말이 썩은 물과 같으며 목평스님에게
물었을 때 ‘여기에만 앉아 있다’라고 한 것을 논함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이해한다면 당나귀해가 된다 한들 꿈속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다.여기에서 모름지기 옛사람들의 흔적을 보아야 하
니 사람들에게 미움 받는 점이 있어야 하리라.”
불감스님의 이 말은 학인들에게 상당한 약이 된다 할 수 있다.
만년에는 쌍경사(雙徑寺)에서 중봉(中峰:密庵)스님의 도를 제창하
였다.스님의 기용(機用)은 마치 전광석화처럼 번득였는데 위의 법
어도 그와 같은 예이다.그의 문하에 준수한 인재가 운집하였을
뿐 아니라 황제께서도 도를 묻고자 하였다.소정(紹定)6년(1233)
7 월 15일 수정전(修政殿)에 납시어 스님을 뵙고 설법하도록 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