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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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下 173
의 잣나무[庭前栢樹子]’따위의 화두는 당나귀 매는 말뚝[繫驢橛]
일 뿐인데,후학들이 알지 못하고 그저 ‘나무’만을 붙들고 달마스
님이 서쪽에서 온 뜻을 찾고 있으니 가소로운 일이다”라고 한 여
기까지 읽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그때 이 말을 들었다면 송곳으로 한방 찔러 주었을 것이
다.”
4.묘희(妙喜)스님이 시랑 장자소(張子韶)와 풍제천(馮濟川)
에게 던진 질문/ 진원 일(眞源日)선사
진원 일(眞源日)선사가 말하였다.
“시랑 풍제천(侍郞 馮濟川)과 시랑 장자소(張子韶)는 경산사 묘
희(妙喜)스님에게 도를 물었는데 스님께서 그들에게 물었다.
‘사물에 막혀 도를 보지 못할 때는 어떻소?’
장자소가 대답하였다.
‘오늘 직접 스님 얼굴을 뵙습니다.’
‘ 막혔구나.’
‘ 그렇긴 하나 조금도 그를 속일 수 없을 것입니다.’
묘희스님이 같은 질문을 풍제천에게 던지니 그가 답하였다.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 두 분의 대답이 가까이 가긴 했으나 아직은 도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이는 마치 어떤 물건이 침실에 엄연히 있는데도 벽이
한 겹 가로막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